오늘은 맑은 하늘에 비가 내리는 날씨다. 물방울이 하늘에서 살짝 쿵쾅거리면서 내려온다. 이런 날씨를 보면 어쩌면 다른 사람들은 기분이 우울해질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반가운 날씨다. 비는 어떤 마법처럼 내 마음을 씻어주고 깨끗하게 만들어준다.
오늘은 특별한 계획이 없어서 날씨에 맞게 집에서 조용히 보내기로 했다. 항상 바쁘게 돌아다니면서 지친 나에게 이런 소홀한 시간들이 필요한 것 같다. 창문 밖을 내다보면, 흰 구름이 비를 맞으며 빠르게 흐르고 있다. 어딘가로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오늘은 그냥 조용하게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은 날이다.
아래 저수지로 가면 이런 날에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그곳에는 녹색 잔디밭과 아름다운 꽃들이 있는데, 비 속에서 그 풍경을 구경하는 것은 정말 아름답다. 하지만 오늘은 내 마음을 조용히 느끼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으니, 그곳으로 가는 것은 내일로 미루기로 했다.
집안에 있는 방하나를 어디로 할까 고민하다가, 이번엔 가장 좋아하는 책 읽기 코너로 정하려고 한다. 이런 날이면 창가에 앉아서 비를 보며 책을 읽는 시간이 가장 편안하다. 다가오는 바람 소리와 비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소리는 마치 피아노의 음악처럼 아름답게 들리기 때문이다.
커피 한잔을 내려 마시고, 정말 재밌는 소설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조용하게 책을 읽는 시간은 마치 세상과 동떨어진 공간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대중과의 소음에서 벗어나 조용한 휴식이 필요할 때마다 이곳으로 오면 기분이 참 좋다.
날씨와 마음이 일치해서 그런지, 이렇게 조용한 날에는 평소보다 더욱 깊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오늘은 자기 전에 일기를 쓸까도 생각 중이다. 비 내리는 날이라는 주제로 마음에 드는 글귀나 시를 찾아볼까 한다. 속 시원한 비내림에 내 마음이 상쾌해지고, 조용히 책 속 세상에 빠져들었다. 어느새 밤이 되어있었다.
비 내리는 오늘, 마음으로는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편안함을 느끼며 지내다 보니, 내일은 더욱 활동적으로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편안한 시간들이 지나면 나도 모르게 에너지가 충전되고 새로운 도전에 대한 용기와 열정이 생긴다.
비에 젖은 나를 닦고 문을 열자마자 비가 멈춘 듯 실라리하게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하루 종일 비 내리는 날씨에 편안하게 보내며 내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던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내일이 되면 비 구경과 책 읽기 대신 나갈 수 있는 활동들을 찾아봐야겠다. 평소와는 다른 하루를 보내면서 내 마음을 다시 한 번 모두에게 비를 내릴 수 있었던 오늘을 기억하고 싶다.